바람 한 점 없는 나 혼자만의 저녁을 걷고 있어 아직 돌아가지 않은 거야 너는 이 밤을 걸으며 어떤 것을 담았는지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지만 너는 어렴풋한 안개로 남아있어 수많은 사람들 오고 가네 수많은 사람들 지고 있고 어제의 수많은 다짐들 주머니 사이로 흘려버린 걸까 저무는 경계에 선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어 누구보다 순수하게 남아있고 싶었어 누구보다 맑은 말을 전해주고 싶었어 순진함밖에 남지 않은 화분 속을 보며 나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내게 잠을 줘 내게 잠을 줘 해가 저문 남은 빛이라도 그것 뿐 이라도 괜찮다면 그렇게 남아있을 수만 있다면 이제 그만 나를 놓아주길 바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