깜빡거리는 신호등 굴러다니는 낙엽도 할 일 하는데 난 왜 이럴까? 그대가 없는 밤들도 반짝거리고 가을도 봄이 될 텐데 난 왜 이럴까? 왜 사는 걸까? 할 일, 오늘도 꽤 많았지 설거지, 방 청소, 책상 정리 복잡한 생각 한번 할 것 없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것들 어찌 고마웠는지 밀렸던 자질구레한 일들이 무너진 날 이끈 네 손이 놓은 내 손을 잡아준 시간의 두 손은 가기 어프해 안 일커던 책도 어느새 마지막 한 장을 넘기는 날 발견해 어쩌면 이런 게 상실의 순기능 걱정 마 난 이렇게 바쁘게 지내는데 내 스케줄표는 가득해 넌 너 하는 일만 신경 써 고맙다 내가 할 일도 하나 줘서 깜빡거리는 신호등 굴러다니는 낙엽도 할 일 하는데 난 왜 이럴까? 그대가 없는 밤들도 반짝거리고 가을도 봄이 될 텐데 난 왜 이럴까? 왜 사는 걸까? 소패 누워서 티비를 켜 벌써 삼십분째 악귀전 채널만 돌리면서 던져둔 폰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 누구든 상관없지 약속 잡고서 밖에 나갈 준비를 해 지금은 열한 시 반 예전에는 잠들 시간 요즘은 여기저기서 불러불러 다니지, 난 바쁜 일상 오랜만이라서 바빠워 정신없는 하루 부랑정함이 나다워 이렇게 써도 항상 남는 게 시간인지 감정인지 오늘과 같을 내일 솔직히 난 두려워 아무리 채워봐도 텅빈 마음 뿐이어서 깜빡거리는 신호등 굴러다니는 낙엽도 할 일 하는데 난 왜 이럴까? 그대가 없는 밤들도 반짝거리고 가을도 봄이 될 텐데 난 왜 이럴까? 너도 이럴까? 난 왜